육두구, 뉴욕과 맞바꾼 향신료 (1)

2020. 11. 6. 00:42잘 모르는 상식

인도네시아에는 여러 자원이 많은데 향신료에서도 독보적이었습니다. 인도네시아 동쪽의 조그만 섬들에서만 나는 향신료가 있었는데 바로 육두구입니다. 

 

육두구는 영어로 Nutmeg, 사향 냄새가 나는 호두라는 의미입니다. 살구같은 열매 안의 검은 씨앗을 갈아서 만든 것이 육두구이고, 그 씨앗을 감싸고 있는 빨간 망사같은 껍질을 말려서 만든 것은 메이스(mace)라고 합니다. 


이 향신료는 음식의 풍미를 좋게 하고 고기의 누린내를 없애 줄 뿐만 아니라, 독특한 향 때문에 해충을 쫓아 주는 기능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흑사병이 창궐할 때 육두구를 넣은 마스크를 쓰면 흑사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루머도 있었습니다.


또한 위장을 보호하고 심지어 최음제 역할도 한다고 해서 거의 만병 통치약으로 쓰입니다. 그리고 귀족들이 손님을 초대하여 접대할 때 육두구를 식탁에 올려 놓아야 부끄럽지 않다는 과시욕까지 추가되어 금 값보다 더 비쌌다고 합니다.  그런데 진짜 금보다 비쌌을까요?


14세기 말 독일에서 거래된 가격을 보면 육두구 1 파운드(450g)는 살찐 황소 7마리 가격과 맞먹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현재 우리 나라 기준으로 계산해 봤습니다. 

 - 소 한마리  :   6,000,000 원 (대략적)    

 - 금  100g   :   6,951,900 원 ('20.11.5 매매기준액)

 - 소 7마리   :  42,000,000 원

 - 금 450g    :  31,283,550 원

 - 42,000,000 원 (육두구 450 g  = 소 7마리) / 31,283,550 원 (금 450 g) = 1.3



헉!!  동일 무게의 두구가 금값의 1.3배 이네요.  이에 비해 후추는 조금 싼데 그래도 황소 3.2마리 가격이라고 하니 육두구의 반 값 정도 되었고 후추도 금값의 60%입니다. 이제 왜 유럽인들이 그렇게 기를 쓰고 향신료 산지로 바로 가려고 했는지 이해가 되지요. 


육두구가 후추 가격의 2배가 되었던 이유는 생산지가 워낙 한정적이었기 때문인데요. 후추는 원산지 인도 서해안에서 시작해서 다른 지역까지 퍼져 있어 좀 더 용이하게 구할 수 있었지만 육두구는 인도네시아 동쪽의 몇 개 섬에서 밖에 구할 수 없었습니다. 


16세기 당시 유일한 육두구 산지 반다제도,  출처 : lencer at wikimedia commons


인도네시아에서도 외딴 지역인 이 조그만 섬들에 식물성 노다지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유럽인들이 들이닥칩니다.  


짧게 하려고 했는데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아서 다음에 계속 이어 가겠습니다.